‘게임에까지 녹아든 개발자들의 우정.’
각자의 게임 개발작업을 독려하면서 서로의 게임에 상대방이 만든 게임을 알리고, 전파하는 장치까지 넣은 두 명의 개발자들이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판타그램의 ‘킹덤 언더 파이어 더 크루세이더(이하 크루세이더)’의 개발을 총지휘하고 있는 이현기 감독(31)과 넥슨의 야심작 ‘마비노기’를 탄생시킨 데브캣팀 김동건 실장(31)이 바로 그 주인공.
크루세이더에는 게이머가 전쟁을 치르고 휴식을 취하는 사이, 아니면 광장을 뛰어다니다 보면 언뜻 마비노기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꼭 찾으려고 해서가 아니라 뜻하지 않게 게이머가 마비노기를 접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마비노기의 게임내 서점에서는 크루세이더의 공략집을 판다. 때때로 ‘크루세이더 많이 즐겨주세요’라는 메시지도 뜨도록 돼있다. 양쪽 모두 개발자들이 자기 프로그램내에 심어 놓는 일종의 ‘이스터에그’인 셈이다.
‘이스터에그’란 운영체제나 프로그램속에 숨어있는 기능으로 설명서에는 없는 기능을 말한다.
이들이 똑같이 게임 개발을 업으로 삼게된 인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입학전인 두 사람은 91년 하이텔의 전신인 케텔을 통해 만나, 게임에 대한 열정을 함께 키웠다. 그러던 중 이 감독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과에 92학번으로 입학했고, 이듬해 김 실장도 역시 KAIST 산업디자인과에 들어가 동문이 됐다. KAIST 재학시절 이들은 이후 삼성전자가 퍼블리싱한 게임 ‘크레센츠’의 초기작업을 함께하면서 ‘게임우정’을 본격적으로 다졌다.
이후 같은 회사나, 같은 게임 작업을 단 한번도 함께해 본 적이 없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이가 됐다. 때론 경쟁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면서 비슷한 시기에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게임을 하나씩 완성한 것이다.
이 감독은 마비노기에 대해 “우리시대 최고의 게임”이라고 극찬했다. 김 실장은 크루세이더를 놓고 “게임개발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잘 만든 작품”이라고 칭찬했다. 두 개발자의 우정이 한국 게임산업의 질적 도약과 세계화를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