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대표 프로게이머들이 강호 최고수를 가리는 진검 승부를 벌였다. 지난 7일 중국 베이징(北京) 중심가의 베이징TV 홍관(紅館) 공개홀에서 열린 ‘WEG(World E_sports Games) 한중국가대항전’이 경연의 무대. ‘카운터 스트라이커’ ‘스타크래프트’ ‘FIFA 2004’ ‘워크래프트3’ 등 4개 종목 경기가 벌어진 가운데, 임요환, 이윤열 등 국내 스타 게이머들이 대거 참여한 스타크래프트 경기에 관심이 집중됐다.
임요환 누르고 '눈물' “‘런주황띠’(人族皇帝)를 이기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이날 열린 스타크래프트 5경기 중 임요환 선수를 이기고 유일하게 중국팀에게 승리를 안긴 장밍루(張明??20)은 자신의 승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임 선수와 자웅을 겨루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이긴다는 것은 꿈조차 꾸지 못했다”고 말했다.국내에서 최대의 팬 클럽을 거느리고 있는 임요환은 중국에서도 ‘테란(Terran)족의 황제’를 뜻하는 ‘런주황띠’로 불리며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있다.
임요환은 어이없는 실수로 무너졌다. 이윤열, 박정석?홍진호 팀의 낙승에이어 한국의 3번째 주자로 나선 임요환은 경기 초반 우주용건설차량(SCV)를 건물에 가두는 사소한 실수를 연발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장밍루는임요환의 주특기인 드롭십을 날리며 역공을 폈다.
결국 임은 10여기의 탱크 러시 마저 막히자 패배를 인정하며 ‘GG’(GoodGame)를 선언했다. 중국선수단은 장밍루를 자리에서 끌어내려 두 팔을 치켜 올리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중국 응원단은 들고 온 막대풍선을두드리며 환호했다.
그러나 환호는 이내 잦아들었다. 강 민과 짝을 이뤄 벌인 4번째 경기에서임요환은 화끈한 원맨쇼를 펼치며 중국팀을 무너뜨렸다. 임은 종횡무진 드롭십을 날리며 중국 팀 플레이어를 차례로 제압했고, 결국 ‘골리앗 드롭’으로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 개인전 패배를 깨끗이 되갚았다. 강 민은이어 벌어진 개인전에서도 10분만에 압승을 거둬 결국 한국팀이 중국 팀을4대1로 꺾었다.
대륙 휩쓰는 한국 게임 선풍이날 스타크래프트에 앞서 열린 ‘카운터 스트라이커’ 경기는 중국이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국 팀을 2대1로 눌렀다. 8일 이어진 ‘FIFA 2004’와 ‘워크래프트3’ 는 한국팀이 현격한 실력차를 보이며 중국 팀을3대0, 3대2로 각각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경기전적 3대1로 첫 ‘WEG 한중대항전’ 우승컵과 상금 12만위엔(1,800만원)을 거머쥐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연일 1,000명 이상의 팬들이 모여 행사장을 가득 메웠고, 일부는 자리가 없어 되돌아가기도 했다. 특히 임요환 등 스타플레이어들은 몰려든 팬들로부터 큰 환호와 사인 공세를 받았으며, 150여개 현지언론과 인터뷰를 갖는 등 새로운 ‘한류스타’의 등장을 예고했다.
대학생 우통즈(吳童子?19)씨는 “한국 선수들은 게임운영이 빠르고 플레이스타일이 통쾌해서 좋아한다”며 “게임팬 중에는 ‘Boxer(임요환)’나‘Yellow(홍진호)’ 같은 아이디(ID)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차이나인터렉티브스포츠(CIS)사와 함께 한중간 첫 국제게임대회를주최한 국내 PC방?프로게임업체 아이스타존(www.istrazone.co.kr) 관계자는 “게임산업에 있어서도 중국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며 “프로게임 종주국으로서 앞으로 한중대항전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더 나아가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e-스포츠 대회’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신재연기자 poet333@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