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월드/최대 게임쇼 E3] 세계의 게이머들 한국 게임에 빠졌다
'탕탕 드르륵 드르륵….' 얼굴 한쪽이 칼에 긁힌 자국이 남아 있는 거구의 전사가 머신건을 갈긴다. 그 를 향해 달려들던 괴물들이 피를 흘리며 퍽퍽 쓰러진다.
공상과학 영화 같은 전투 장면이 커다란 스크린에 펼쳐지자 푸른 눈의 게이머 들이 눈을 떼지 못한다. 세계 최대 게임 박람회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sition) 2005' 마지막날인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 션센터 메인 전시관인 '사우스홀' 입구에 250여 평 규모로 위치한 웹젠 부스 앞에서 수십 명의 게이머들이 내년에 선보일 다중접속 슈팅게임 '헉슬리' 동영 상에 빠져 있었다.
스스로 '게임 중독자'라고 표현한 마크 랜달 씨(22)는 "웹젠이란 회사가 한국 회사인 줄 처음 알았어요"라면서 "EA(세계 최대 게임사) 같은 회사랑 비교해서 전혀 그래픽이 떨어지지 않아 무척 기대된다"고 말한다.
E3에서 전시용 동영상이 공개된 '헉슬리'는 내년에 PC 게임용으로 선보인 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게임기인 'X박스 360'용으로도 발매될 계획이다.
세계 80개국, 400여 게임업체가 참가해 1000여 개 게임을 선보인 올해 E3에서 한국에서 온 웹젠과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21개 게임업체들은 세계 각국 게이머 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E3에서 '헉슬리'를 비롯해 5개 신작을 선보인 웹젠의 김남주 사장은 "내 년 E3에서 헉슬리를 공식 서비스하도록 하겠다"면서 "북미와 유럽 시장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웹젠은 다중접속 롤플레잉 게임 신작 '썬'의 음악을 위해 영화 '반지의 제왕' 음악을 맡았던 유명 작곡가 하워드 쇼어를 기용할 정도로 세계 무대에 내놓아 도 손색이 없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로봇 슈팅 게임 신작 '엑스틸'과 함께 지난달 선보인 다중접속 롤플레잉 게임 '길드워' 등을 내놓은 200여 평 규모의 엔씨소프트 부스에도 게이머들이 몰렸 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2003년 처음 E3에 왔을 때 '아시아의 이상한 회사' 라고 말하는 미국인도 있었지만 이제는 인지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엔씨가 많이 알려졌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일부 미국인은 엔씨를 미국 기업 으로 생각할 정도여서 엔씨(NC)가 미국 주의 하나인 '노스 캐롤라이나'의 약자 냐고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엔씨소프트는 미국에서 인기를 끈 다중접속 롤플레잉 게임 '시티 오브 히어로' 의 후속작 '시티 오브 빌런'을 연말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서비스할 계획이다.
판타그램도 지난해 X박스용 '킹덤언더파이어 : 더 크루세이더즈'에 이어 X박스 360용으로 개발중인 '킹덤언더파이어 : 히어로즈'를 들고 E3에 참가했다.
이처럼 올해 E3는 한국 게임업체들이 세계시장 공략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는 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장단만 해도 김택진 사장, 김남주 사장을 비롯해 김 범수 NHN 사장, 김정률 그라비티 회장, 서원일 넥슨 사장, 김영만 한빛소프트 사장, 이상윤 판타그램 사장 등 주요 게임업체 최고경영자가 총출동했다.
개발과 마케팅 등 수천여 명의 한국 게임업체 종사자들이 전시장에 몰려들어 한국에서 E3가 열리는 것 같은 분위기마저 느끼게 했다.
해가 갈수록 E3에서 한국업체의 공세가 거세지는 것과는 반대로 세계 주요 게 임 메이저 업체들은 뚜렷한 특색이 없다는 게 올해 E3의 특징 아닌 특징이다.
2003년부터 계속된 영화와 게임간 '크로스오버'가 지속됐다는 점만 꼽을 정도 다.
과거 인기 영화였던 '대부'와 '킹콩'이 게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하지만 게임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경쟁은 매우 뜨거웠다.
MS는 X박스의 두 번째 모델인 X박스 360을,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PS3(플 레이스테이션3)'를 선보였다.
X박스 360은 PC처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와 음악을 내려받아 즐길 수도 있다. 또한 애플 아이팟, 소니 플레 이스테이션 포터블(PSP) 등 온갖 휴대용 기기와도 연결이 가능하다.
PS3는 X박스에 적용된 것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초고속 칩 '셀'을 장착해 실제 처럼 실감나고 정교한 그래픽을 선보였다.
닌텐도도 차세대 게임기 '레볼루션'을 내놓았다. MSㆍ소니와 마찬가지로 무선 랜으로 인터넷과 연결돼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패미컴 등 닌텐도의 예전 게임기용 게임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MS는 올 11월께, 소니는 내년 봄에, 닌텐도는 내년에 차세대 게임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로스앤젤레스 = 조시영 기자]
[IT월드/최대 게임쇼 E3] E3, 미래의 게임흐름 한눈에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는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게임 전시회다.
PCㆍ비디오, 인터넷게임 관련 업체들의 국제협회인 IDSA(Interactive Digital Software Association)가 95년 출범시켰으며 전세계 게임 산업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권위 있는 전시회로 자리잡았다.
E3는 컴퓨터 게임뿐만 아니라 각종 비디오게임, 인터넷게임과 관련된 소프트웨 어와 하드웨어는 물론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등 동영상물을 전시한다. 전세 계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모두 참여해 현재 개발중이거나 새로 만든 제품을 선보인다.
게임 분야 무역 박람회 역할도 겸한다. 단순한 전시회 차원을 넘어 현장에서 판권ㆍ수출입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5월 18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LA E3는 일본 도쿄게임쇼, 영국 ECTS(Electronic Computer Trade Show)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로 꼽히는데 지난해에는 전세계에서 400여 업체, 6만 명의 바이어가 참가했다.
ECTS는 영국에서 열리는 유럽지역 국제게임전시회. 90년 처음 개최될 당시에는 일반 컴퓨터 관련 전시회로 출발했으나 게임업체들의 참가가 늘어나면서 인터 액티브 미디어 부문에 특화된 유럽 최대 전시회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97년 9월 처음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한국PC게임개발사협의회를 중심으로 참가했다.
95년 발족한 도쿄게임쇼는 가정용ㆍ휴대형 게임기를 중심으로 차세대 게임문화 를 이끈다는 평을 듣는다.
[최대 게임쇼 E3] 슈팅게임 '헉슬리' 5000명 동시 접속
해마다 그렇듯이 E3 주인공은 게임 개발사들이 앞다퉈 선보이는 신작이다. 올 해 E3에서도 많은 신작이 쏟아져나와 게이머들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국내외 주요 업체들이 선보인 신작을 소개한다.
◆ 웹젠=한국 업체로는 최대 규모인 253평 부스를 마련한 웹젠은 다중접속롤 플레잉게임(MMORPG) '뮤'를 잇는 차기 주력작 '썬' 동영상을 공개했다.
6월 말 또는 7월 초에 시험서비스를 시작할 '썬'은 현존하는 MMORPG 중 최고 그래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지의 제왕'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하워드 쇼어가 '썬'을 통해 처음으로 게임 음악을 맡았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XBOX 360 진출로 화제를 모은 '헉슬리'는 동영상만으로도 외국 언론과 게이머 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복잡한 슈팅 게임인 데도 불구하고 최대 5000 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내년 E3에서 PC게임용 작품을 본격 선보인 후 2006년 말 이후 X박스 360용도 출시될 계획이다. '헉슬리'는 아시아보다는 북미와 유럽시장에 초점이 맞춰진 대작이다.
웹젠은 깜찍하고 아기자기한 캐릭터 '위키'와 '파르페스테이션' 동영상도 선보 였다.
◆ 엔씨소프트=E3에 200여 평 규모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고 '길드워' '오토어 썰트' '시티오브빌런' '타뷸라라사' 등 다양한 온라인게임을 선보였다.
최근 북미 유럽 호주 한국에서 선보인 '길드워'는 플레이어 기술에 따라 승부 가 결정되는 온라인 대전 게임이다. 플레이어간 협동과 경쟁을 통해 대규모 길 드전과 토너먼트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오토어썰트'는 북미 여러 게임 매체에서 올해 가장 기대되는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힌 작품이다.
독창적인 자동차 전투 게임으로 스피드와 액션, 롤플레잉 요소를 골고루 배합 했다.
'시티오브빌런'도 엔씨소프트 야심작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4월 선보인 후 북 미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시티오브히어로' 후속작이다. 게이 머들이 영웅이 아닌 악당이 돼 그들만의 범죄왕국을 건설한다는 독특한 스토리 를 갖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재탄생한 '타뷸라 라사'는 우주정복을 꿈꾸는 외계인 과 그들을 막기 위한 반군 연합간 전투가 펼쳐지는 게임이다. 1인칭 슈팅 액션 과 롤플레잉적 요소가 결합됐다.
◆ 기타 한국 업체=KOG스튜디오는 새로운 방식 액션 대전 게임 '그랜드체이스 '를 내놓았다. '그랜드체이스'는 기사ㆍ궁수ㆍ마법사 등 세 가지 캐릭터 중 하 나를 선택해서 대전과 몬스터 사냥, 퀘스트를 즐길 수 있는 온라인게임이다.
지난해 도쿄게임쇼에 출품돼 귀여운 캐릭터와 그래픽, 스피디한 게임 전개로 일본에서 큰 관심을 끌어 올해 6월부터 일본 현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 길거리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을 선보였다.
'프리스타일'은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개시해 동시접속자 수 8만명이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이다. 1대1에서 3대3까지 다양한 매치를 즐길 수 있다. 스킬을 늘릴 수 있고 성별ㆍ포지션ㆍ머리모양ㆍ피부색을 선택해 자신 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레이업슛ㆍ윈드밀ㆍ엘리웁 덩크까지 현란한 기술을 선보인 다.
모바일게임 전문업체 게임빌이 제작한 '베이스볼 2005 by CBS스포츠라인'은 지 난해 미국 모바일 야구게임 시장을 평정한 'CBS스포츠라인 베이스볼 2004' 차 기작이다. 전작이 서비스 두 달 만에 다운로드 7만건을 기록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미국 게임시장을 강타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 외국 업체=세계 최대 게임업체 EA는 '대부' '제임스 본드 007 : From Russ ia With Love' '해리포터와 불의 잔' '배트맨 비긴스' 등 유명 영화와 만화에 기반을 둔 게임을 공개했다.
게임기와 PC용 등 다양한 플랫폼에 기반한 게임 26종을 선보인 EA는 '니드포스 피드' '심스' '배틀필드' '번아웃' 등 기존에 히트한 시리즈를 업그레이드한 버전을 선보였다.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스타크래프트' 스토리에 기 반한 잠입ㆍ액션 콘솔 게임 '스타크래프트 : 고스트'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유비소프트는 X박스 360용 '킹콩'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70년대 화제작 영화 ' 킹콩'은 최근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피터 잭슨 감독이 리메이크를 진행하 고 있다. 유비소프트도 올겨울 성수기 출시를 목표로 '킹콩' 게임 버전을 개발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 조시영 기자]
[최대 게임쇼 E3] 엔씨소프트, 게임이 오락산업의 중심축 될 것
'E3'가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은 "스타워즈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던 할리우드 인재들이 속속 게임업 체로 자리를 옮기고 있어 머지 않아 게임이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심이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자기 논리가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임을 입증하듯 "엔씨소프트의 엔 씨(NC)는 차세대 영화(Next Cinema) 줄임말"이라고 소개했다.
김 사장은 "온라인게임이 영역을 넓혀감에 따라 한국 업체들이 더욱 힘을 갖게 됐다"고 평가하면서 MS가 차세대 게임기시장에서 웹젠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예로 들었다.
한편 김 사장은 엔씨소프트가 외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은 과거 고 정주영 회장 시절 현대 계열사에서 일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92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대전자에 입사한 김 사장은 집요 한 노력과 아이디어로 97년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 매년 특진을 거듭했다.
김 사장은 "당시 정 회장은 외국에서 단돈 1달러라도 벌어올 수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좋다'고 칭찬했지만 내수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고 회고하며 "엔씨소프트가 외국시장 개척에 나 선 것도 당시 정 회장에게 배운 바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최대 게임쇼 E3] 웹젠, MS X박스용 게임타이틀 늘려 나갈 생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만난 김남주 웹젠 사장은 1인칭 슈팅게임 '헉슬리 '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게임기 'X박스360'용 게임을 추가로 개 발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현재 PC와 X박스360용으로 개발중인 헉슬리 외에 다른 게임을 X박 스360으로 이식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큰 무리가 없다"며 "시장환경에 맞춰 X 박스나 다른 게임기로 이식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X박스360 온라인 서비스(X박스 라이브)가 MS와 웹젠간 원활한 정보 교류를 통해 기술적으로 온라인게임을 구현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크게 발전했고 정책도 매우 부드러워졌다"고 밝혔다.
또 "북미에서 PC시장이 많이 줄어 작년부터 현지 시장 개척을 위해 게임기용 헉슬리를 준비해 왔으며 당분간 게임산업이 그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측하 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와 유럽 시장을 겨냥한 게임 헉슬리는 PC판이 내년 E3에 완성작 출품을, X 박스360용이 내년 말 또는 그 이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썬은 정액제 기 반으로 다음달 말에서 7월 초에 시범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다.
헉슬리는 게임 속 지역을 잘게 나눠 다른 서버를 할당하는 최신 기술을 통해 5 000여 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인물과 물체의 질감을 살리는 첨단 그래픽 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