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데위 쫓는 공포물 입맛따라 '100배 즐기기'
같은 호러영화를 봐도 재미있다는 사람과 재미없다는 사람으로 나뉜다. 이것은 작품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차이다. 영화 뿐만 아니라 게임도 마찬가지로 유저의 개성에 따라 적절한 작품이 따로 있다.
자정이 되기를 기다려 불빛을 모두 차단한 채 PS2나 PC의 전원을 올리는 유저에게는 최강의 공포게임이 맞을 것이고 호기심이 많지만 심약한 유저에게는 눈 딱 감고 소리지르며 온 사방에 총알을 난사하는 게임이 적당할 것이다. 호러 게임도 이젠 맞춤 시대인 것이다.
# 무엇이든 홀로, 혼자가 즐거워 - 독불장군 스타일
“게임은 오로지 혼자 해야 제 맛이다.”
이렇게 외치는 유저는 의외로 많다. PC게임과 콘솔 게임은 주로 싱글플레이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리니지 2’를 혼자 플레이하는 사람도 있다. MMORPG는 혼자 플레이하는 것이 대단히 힘들도록 대부분의 시스템이 짜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이 넘는 고레벨 중에는 남과 파티를 맺지 않고 길드에도 가입하지 않은 채 오로지 혼자 노는 유저가 있다.
이런 타입을 독불장군 스타일이라 부른다. 이들에게는 맞는 호러게임은 역시 ‘페인킬러’나 ‘서퍼링’ 등이 적격이다. ‘페인킬러’와 ‘서퍼링’은 일인칭 액션 게임이지만 공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지옥에 빠진 자신을 구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페인킬러’는 화끈한 액션과 끊임없이 덤벼드는 몬스터를 용서없이 처단하는 맛이 좋다. ‘서퍼링’은 죄수의 섬에서 흑인 주인공이 온몸에 피칠을 하며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게임이다. 나 자신만 믿을 수 있고 혼자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유저에게 적극 추천하는 PC 게임들이다.
# 여자친구와 함께라면 - 의지하는 스타일
특별히 공포를 즐기는 것도 아니지만 혼자서는 무섭고, 누구와 함께라면 용기가 솟구치는 스타일. 특히 아버지나 어머니보다는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와 지옥까지 같이 간다고 장담하는 유저. 이런 스타일을 추구하는 유저에게는 주인공이 2명 이상 등장하는 게임이 적당하다. ‘영 제로: 붉은 나비’와 ‘어둠속의 나홀로’ 시리즈 ,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바로 그런 타이틀이다.
‘영 제로: 붉은 나비’는 영력을 지니고 있는 쌍둥이 남매가 주인공이다. 우연히 길을 잃고 지도에서 사라진 이상한 마을에 들어가 비밀을 풀어 나가는 것이 게임의 축을 이룬다. 유저는 남매를 번갈아 가며 컨트롤하는데, 연인 사이라면 각각 하나씩 맡아 플레이하며 퍼즐을 풀어 나가면 의외로 큰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머리를 써야하는 부분이 많아 혼자보다는 같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이오하자드’도 게임 스타일이 유사하지만 액션이 조금 더 강조된 점이 다르다. 특히 ‘바이오하자드 4’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최상의 그래픽과 게임 시스템을 완성해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어둠속의 나홀로’는 4탄에서 2명의 캐릭터가 나온다. 제목과 달리 게임은 혼자가 아니라 동시에 다른 인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공포의 요소가 다른 작품에 비해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음침한 분위기를 잘 살린 그래픽과 연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귀찮아서 물도 안 먹는다 - 게으른 스타일
이런 유저는 게임하기에 힘든 구석이 많다. 노력과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클리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현대의 게임들이다. 슈팅 게임은 버튼만 연타하면 만사 오케이지만 게으른 유저에게는 금방 지겨워 진다. 해답은 단 하나. 한번 잡으면 절대 헤어나올 수 없는 공포로 안내하는 것 뿐이다.
여기에 맞는 게임이라면 역시 ‘언다잉’이 있다. 유명 공포영화 감독인 클라이브 바커가 직접 연출하고 게임 제작에 참여한 작품으로도 유명한 타이틀이다. 어드벤처의 성격이 강한 일인칭 액션 게임이지만 갑자기 튀어 나오는 몬스터와 플레이 타임 내내 두려움을 주는 것으로 이름을 떨친 이 작품은 중독성이 최고다.
특히 사운드의 공포가 강해 심장이 약한 유저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게임이다. 심지어는 자신이 들고 있는 무기에도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으니 이 정도 수준이면 제 아무리 게을러 터진 유저라도 컴퓨터 앞을 떠날 수 없을 것이다. 켈트의 낫으로 목을 칠 때 울리는 끔찍한 소리란….
# 무서운 것은 혼자 못 본다 - 심약한 스타일
무서운 것은 도저히 못 본다는 사람들이 있다. 공포 영화는 물론이고 소설이나 음악, 무서운 한 장면도 거부한다. 당연히 호러 게임도 멀리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런 유저의 특징은 무서운 것이 나오면 ‘으아아아악!!!’ 하며 소리를 지르고 손에 잡히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진다. 여기에 딱 맞는 게임이 바로 ‘둠 3’다. 유저의 PC 사양이 염려되지만 어쨌든 이 게임도 기본 컨셉은 공포다. 밀폐된 우주선에서 변형된 인간과 몬스터와 대결을 벌이는 것이 목적이며 화끈한 액션을 자랑한다.
일초에 백발이 나가는 게더링 기관총은 기본이고 로켓을 쏘고 레이저와 수류탄도 마구 던진다. 심약한 심장을 가진 유저라면 이 게임으로 성격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무섭겠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핏대를 세우며 광란의 공포를 즐길 것이 분명하다. 덤으로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확 풀릴 것이다. 이 게임을 원활히 돌리기 위한 PC 사양이 엄청나게 높아 아쉬울 따름이다.
# 공포 분위기를 즐긴다 - 강심장 스타일
공포가 무서워 어쩔 줄 몰라하는 유저가 있다면 반대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너무나 사랑하는 유저도 있다. 만화책도 꼭 공포물을 보고 영화도 호러만 샅샅이 뒤져 골라 보는 유저다.
그렇다면 왠만한 호러 게임으로는 비웃음만 살 뿐. ‘사일런트 힐 4’ 정도로 대우를 해줘야 직성이 풀린다. 이 게임은처 장르에 액션이 양념처럼 들어간 타이틀이지만 공포는 최상이다. ‘사일런트 힐 4’는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편하게 머무르는 자신의 ‘방’을 공포의 무대로 완성했다.
유저는 매일 기분 나쁜 꿈을 꾸고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의 방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면의 세계로 빠지면서 수수께끼는 더욱 늘어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옆방의 아가씨는 무언의 메세지를 계속 남긴다.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그렇다고 죄없는 가족을 괴롭히지 말도록. 자신의 강심장이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시험해 보길 바란다.
김성진기자(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