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도 되고 毒도 되고 '동전의 양면'
휴대폰 시장의 ‘절대 강자’ 삼성의 게임 전용폰과 관련 3D게임 개발이 본격화함에따라 모바일게임업계는 향후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이 지난해말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해온 게임폰은 기존에 출시됐거나, 대기중인 ‘무늬만 게임폰’들과 달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게임에 집중한 명실상부한 국내 첫 게임폰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 게임폰은 3D엔진과 ARM9계열의 프로세서를 탑재함으로써 모바일게임의 본격적인 3D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삼성 게임폰은 당분간 국내 모바일게임 CP(콘텐츠개발업체)들에겐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는 삼성게임폰이 아무리 강력한 스펙(사양)을 자랑한다해도 하드웨어도 깔리기 전에 막대한 (3D게임)개발비를 감당할 CP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 현재 2D기반의 게임 개발비는 대작 RPG래야 고작 1억원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3D게임의 경우 엄청난 제작비를 수반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통상적으로 게임CP들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수지를 맞추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단말기 보급대수 200만대 수준. 이는 모바일게임 사용료가 보통 2000원대인 점과 휴대폰 사용자 수 대비 모바일게임 이용률을 감안한 수치다. 따라서 새로운 단말기 출시 시점에 맞춰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서 삼성폰용 3D게임을 개발할 CP들이 국내에선 찾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삼성이 1차 모델 론칭에 필요한 3D게임 콘텐츠 확보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나 CP들이 (보급률이 낮은)WIPI폰용 게임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3D게임을 어렵게 개발한다고 해도 현 게임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게임은 원버튼이나 갬블 및 타이쿤류의 2D게임들이다. 즉, 사용자의 눈은 2D에 젖어 있는데, 3D게임을 내놓는다고 금방 3D게임으로 돌아설지는 미지수란 얘기. 온라인게임업체들이 2D가 주류인 중국진출시 그래픽을 오히려 죽이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송병준 게임빌 사장은 “3D게임이 퀄리티는 뛰어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3D게임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는 보지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 게임폰의 보급이 일정궤도에 오르기까지 국내 CP들은 3D시대에 대비하면서 관망을 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게임폰 보급 속도가 빨라질 경우 상황이 급반전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폰의 등장으로 3D기반의 대작 RPG류가 대거 모바일화하면서 파워 유저들이 급증하고, 삼성게임폰의 론칭에 맞춰 팬택, LG전자, SK텔레텍 등도 게임폰 출시를 조기에 확대한다면 선순환이 나타나면서 3D게임 조기에 정착할 가능성이 짙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모바일게임 이용자들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콘솔이나 PC온라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퀄리티의 대작게임들이 대거 출시된다면, 얼마든지 파워 유저들을 흡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삼성 게임폰의 등장이 당장엔 국내 게임 CP들에겐 득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내년 중반 이후엔 대세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미 주요 CP들이 내년 이후 본격적인 3D시대를 겨냥한 기획 및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중배기자(이중배기자@전자신문)
* 국내 3D게임 시장 전망
외산 ? 국내 메이저 '독식' 가능성
현재 국내 출시되고 있는 휴대폰들의 경우 이미 ‘ARM9코어’가 들어가 있는 MSM(Mobile Standard Mode)6000 시리즈 칩셋과 QVGA(240 x 320)급 디스플레이가 탑재되고 있고 메모리와 저장 공간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닌텐도의 GBC(Gameboy Color)나 GBA(Gameboy Advance)급 전용폰의 등장도 멀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모바일게임들의 경우 아직 100~250KB짜리가 주류이고, 대작이라고 해 봐야 추가 다운로드형 게임들의 경우도 300~600KB 수준이다.
3D 모바일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업체도 컴투스, 게임빌, 웹이엔지코리아, 포켓스페이스 등 극히 일부다. 물론 3D엔진과 각종 개발툴을 갖추고 최적화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되는 PC온라인 부문과 달리 모바일은 휴대폰에 탑재된 가장 기초적인 3D 라이브러리에 맞춰 개발하면 되지만, 3D 디자이너 및 3D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모바일게임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당분간 3D게임을 출시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고임금의 3D전문인력을 채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결국은 몇몇 메이저들과 외국업체들이 상당기간 국내 3D게임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연히 초기 3D모바일게임 시장은 일본 등 외국 CP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게임전용폰 론칭시 확보하고 있는 초기 콘텐츠의 차별성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기에 플랫폼 프로바이더들은 게이머들의 구매욕을 자극할만한 유명 대작 게임들의 확보를 원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그런 타이틀이 국내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 해외 유명 CP들이 상륙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전후 사정을 종합할 때 당분간 초기 3D 모바일게임 시장은 일본의 콘솔게임이나 휴대형 게임기용 콘텐츠들이 좌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중배기자(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