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3' vs 'X박스360' 정면 충돌
세계 최대의 게임전시회 E3의 엔씨소프트, 웹젠 등 한국 업체들이 일제히 신작을 선보였다. 웹젠은 행사장 메인홀인 사우스홀(South Hall)에 작년의 약 5배인 253평 규모의 대형 부스를 설치해 차기 주력작품 ‘썬(SUN)’과 ‘헉슬리’, ‘APB’, ‘파르페스테이션’, ‘위키’ 등 5개의 신작을 E3 최초로 공개했다. 썬의 음악을 맡은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유명 작곡가 하워드 쇼어(Howard Shore)는 직접 무대에 나타나 썬 음악을 설명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헉슬리도 미국 에픽사의 차세대 게임엔진 ‘언리얼 엔진 3’를 이용해 인물과 물체의 표면 질감을 생생히 보여주는 차세대 그래픽을 게임 동영상으로 보여줘 주목받았다. 엔씨도 ‘타뷸라 라사’, ‘길드워’, ‘오토어썰트’, ‘시티오브빌런’ 등 신작을 소개했다.
이중 ‘울티마’ 시리즈의 전설적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이 제작하는 타뷸라 라사는 미래 SF풍의 1인칭 슈팅게임 (FPS)으로 변해 빌로퍼가 개발중인 헬게이트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티오브빌런은 전작 ‘시티오브히어로’의 히트를 업고 관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길드워도 많은 관객들이 플레이하기 위해 몰려 최근 북미 등에서 PC게임 판매 1위를 기록한 인기를 전시회장에서 그대로 입증했다.
19개 국내 업체가 참가한 한국공동관에서는 한빛소프트가 유명 개발자 빌 로퍼(Bill Roper)의 신작 ‘헬게이트: 런던’을 소개했고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히트작인 온라인 농구게임 ‘프리스타일’도 세계 시장 진출을 타진했다. 또 판타그램의 X박스용 게임 ‘킹덤 언더 파이어: 히어로즈’와 소프트맥스의 플레이스테이션2용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 영어판도 선을 보였다.
이번 E3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일본과 미국을 대표하는 소니와 MS의 차세대 게임기 대결. 이 차세대 게임기는 사실적인 영상처리가 특징.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와 MS의 ‘엑스박스360’용으로 각각 개발된 소니의 ‘킬존2’와 웹젠의 ‘헉슬리’는 게임 속 진행 화면이 잘 만들어진 영화용 컴퓨터그래픽 수준을 자랑했다.
특히 MS의 엑스박스360은 PC와 게임 개발 환경이 비슷해 PC용 게임을 만들던 수많은 업체들이 엑스박스용 게임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등 차세대 게임기 업체들이 이번 E3 게임전시회를 계기로 PC 일변도였던 온라인게임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어 국내 온라인업체들의 대리전도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내업체와 가장 활발하게 접촉중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세대 게임기 ‘X박스360’ 온라인 서비스에 그간 문제시 된 소프트웨어 무료 배포와 정액 요금제, 게임업체 서버 자체 운영 등 국내 온라인게임업체들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키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X박스 라이브에서 클라이언트 배포 방식과 과금모델 등을 국내 게임 개발사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며 “서버도 최초 인증만 거친 뒤 게임업체가 자체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수익분배 방식도 기존의 패키지당 로열티 지급보다 정액요금제가 게임업체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정해졌으며 게임 출시 전 거치게 돼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품질검사 절차도 소규모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생략할 수 있는 등 매우 유연한 모델을 도입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트 관계자는 “본사 고위급 인사가 작년 상반기부터 1년 가까이 한국을 수시로 방문해 주요 게임업체들을 모두 접촉하고 상세한 시장 조사를 실시해 방대한 보고를 올렸다”며 “조사 결과로 국내 게임업체의 의견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적극적이진 않지만 소니도 국내 업체들의 참여를 대폭 희망하는 분위기.
소니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매우 매력적”이라며 “국내 업체들과 ‘플레이스테이션3(PS3)’ 게임 개발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는 차세대 게임기 PS3에서 네트워크 기능을 크게 강화해 온라인 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커뮤니티와 미디어 콘텐츠, 상거래,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온라인을 사실상 도외시했던 닌텐도도 차세대 게임기 ‘레볼루션’에서 무선랜을 통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게임기에서도 온라인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와 웹젠 등 국내 주요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차세대 게임기 진출에 대한 엇갈린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360을 파트너로 선택한 웹젠의 김남주 사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E3 게임전시회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게임기 ‘X박스360’용 게임을 추가로 개발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현재 PC와 X박스360용으로 개발중인 헉슬리 이외에 다른 게임들을 X박스360으로 이식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큰 무리가 없다”며 “시장환경에 맞춰 X박스나 다른 게임기로의 이식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X박스360 온라인 서비스(X박스 라이브)가 MS와 웹젠간의 원활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술적으로 온라인게임을 구현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크게 발전했고 정책도 매우 부드러워졌다”고 밝혔다. 또 “북미에서 PC시장이 많이 줄어 작년부터 현지 시장 개척을 위해 게임기용 헉슬리를 준비해왔으며 향후 당분간 게임산업이 그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DVD플레이어와 DVD타이틀처럼 X박스360과 우리 게임이 서로 판매를 돕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엔씨는 일단 PC시장에 집중하고 게임기 진출은 북미 등 해외시장 공략의 방편 차원으로 신중히 접근할 방침이다. 김택진 엔씨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360 사양 확정 작업에 2년전부터 참여해 왔다”며 “현재 MMORPG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게임 여러 종을 X박스 360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X박스360용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사실이나 MS와 협의가 끝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조건이 맞으면 할 뿐 전사적으로 X박스 360을 미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김 사장은 “MS 외에도 소니, 닌텐도 등의 비디오 게임기용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며 조건을 봐가며 게임기 기종을 선택할 방침임을 조심스럽게 천명했다.
특히 “MS나 소니나 한국 등지의 온라인게임 시장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아 게임기의 한국 시장 공략은 한계가 있다”며 “우리는 PC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으며 이쪽 시장은 계속 PC중심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게임기만이 최선의 선택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결국, 거대 게임기 업체들의 움직임과 이에 대응하는 국내 업체들의 행보에 따라 향후 한국 게임업계는 물론 전세계 게임계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E3에서 만난 사람들]
■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한류냐 역류냐 게임업계는 지금 세계 대전 중”
“계획대로 한다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미국에 선보이는 게임 수가 국내 수준 만큼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E3 2005’에 참석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한국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북미 사업에 주력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 그는 이어 “매출도 2007년에는 국내 규모에 맞먹는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 내부 목표”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월 시티오브히어로를 미국에 출시, 자사로서는 처음으로 북미에서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어 올 4월에는 길드워를 국내와 미국, 유럽 등에서 동시 공개 서비스를 실시했으며, 올 4분기에는 시티오브히어로의 후속편인 시티오브빌런도 미국과 국내에서 동시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 김남주 웹젠 사장 “북미시장, PC게임시장 죽고 MMORPG시장 성장중”
웹젠의 김남주 사장은 헉슬리 등 비디오게임 시장을 발판 삼아 북미 시장에 넘어가기 위해 지난 해부터 준비해 왔으며 이제 웹젠의 해외시장 공략이 시작됐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미국, 일본 등이 만들고 있는 비디오 게임은 주로 개별 사용자 위주로 개발되고 있지만, 우리가 만들고 있는 헉슬리는 X박스의 온라인 서비스인 ‘X박스 라이브’ 기반의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만들어 지고 기존 게임과는 또렷하게 구별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 ‘뮤’ 하나만 세계시장에 공개했던 웹젠도 올해는 총 7개의 게임을 출시했다. 특히 2006년말 MS의 차세대 게임기 ‘X박스 360’에 탑재가 예정된 1인칭 액션게임 ‘헉슬리’는 현지 언론도 비중 있게 다뤘다.
■ 빌로퍼 플래그쉽 스튜디오 사장 “한국은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빛소프트가 배급을 맡은 스타크래프트 개발자 빌로퍼의 신작 ‘헬게이트: 런던’이 공개됐다. 플래그쉽 스튜디오의 빌로퍼는 한국의 게임시장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다며 신작 헬게이트도 한국 게이머들의 입맛에 딱 맞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의 대 성공으로 한국은 해외개발사들에게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시장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한빛소프트는 이번 E3 중 미국 플래그십 스튜디오(대표 빌로퍼)가 개발하는 `헬게이트: 런던`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헬게이트:런던`은 빌로퍼가 자신의 스튜디오 설립후 첫번째 게임 타이틀로 해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빛소프트는 `헬게이트`의 아시아 지역 퍼블리싱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 존 스매들리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 사장 “에버퀘스트 실패 교훈삼아 에버퀘스트2에 한국 게이머 요구 반영”
에버퀘스트는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SOE)가 1999년 개발한 이후 현재까지 전세계 42만명 이상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3D온라인 게임. 그러나 국내 최고라는 엔씨소프트가 유통을 맡았지만 국내 게이머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에 대해 존 스매들리 사장은 한국 게이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존 사장은 이번 에버퀘스트2 이스트에 대해 “인터페이스, 마우스 이동방식 등이 북미판과는 다르다”며 “한국 유저의 취향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감마니아 코리아가 서비스하는 에버퀘스트2 이스트는 총 4기의 비공개 시범 서비스 일정을 거쳐 서버 안정성 확보 및 한글화 완성도를 높인 후 연내에 오픈 베타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다.
LA=지봉철기자 janus@kyunghyang.com